2008년 5월 6일 화요일

웹 2.0, 장밋빛 낙관만은 곤란하다

웹 2.0 시대, 당신은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며 위키피디아의 제작자이고, 댓글을 열성적으로 달면서 또다른 세계의 자신을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진화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장밋빛 낙관이 즐비한 웹 2.0! 공주대학교 배진아(영상학과) 교수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주대학교 배진아 교수(영상학과)는?



▲ 공주대 배진아(영상학과) 교수
ⓒ 고두환
배진아 교수
방송위원회 정책연구실 연구원('94 ~ '96)
MBC 편성국 전문연구위원('02 ~ '05)
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총무이사 ('05 ~ )
<방송연구> 편집위원 ('06 ~ )
MBC 시청자 평가위원 ('06 ~ )

- 웹 2.0 시대,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일단 웹 2.0 시대는 매우 흥미롭다. 이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들은 웹 2.0 시대를 권력이동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쳐본다. 방송과 신문에서 가졌던 언론의 기능이 포털로 이양되고, 포털로 이양되었던 이른바 권력이 다시 블로그로 이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의 블로그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실현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보자.

첫째, 적극적인 참여자가 부족하다. 하나의 쟁점이 인터넷 공간을 달궈도 거기에 직접 참여하거나 댓글을 다는 이른바 적극적 참여자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개방형 공론장이 적극적 참여자만의 공간, 즉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리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블로그가 지극히 개인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요리, 사는 이야기 등으로 치중된 블로그 활동들을 매우 의미있지만, 위에서 논한 권력이동 행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실제 언론활동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거나, 사회적 쟁점의 공론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견해이다."

- 웹 2.0이 사회적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입니까?
"그건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 실제로 훌륭한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쿨'한 의견들이 주류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공론은 '핫'한 의견들이 주류를 이룬다.

내가 정의하는 '핫'한 의견은 쟁점만을 너무 부각하여 앞뒤 돌아보지 않고, 공론 특유의 냉정함을 잃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웹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부분의 부작용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싶다. 예를 들자면, 본질을 호도한 채 국민들을 선동하는 듯한 공론 형성 등이 있다."

- 적극적인 활동층이 충동적인 20대기에 그런 것은 아닙니까?
"물론 20대가 웹 2.0 시대의 주인공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20대는 엄청 소극적이다. 이는 정확한 통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실제로 인터넷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블로거들은 20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터넷 공간에서 공론을 이끌어내고, 웹 2.0을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역할은 중장년층이 하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인 활동층만을 놓고 본다면, 웹 2.0 시대의 주인공은 어쩌면 20대가 아닐 수도 있다."

- 웹 2.0의 UCC를 기존 방송의 대안으로 보십니까?
"나는 부정적으로 본다. 방송은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개인이 UCC를 제작한다고 해도, 장비와 조직이 투입된 방송의 질을 따라올 수는 없다. 결국 개인의 UCC 활동이 사회에 중요한 활력소를 작용할 수는 있어도 사회를 선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오마이뉴스>가 오마이TV 같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거나, IPTV의 출현 등이 방송의 아성을 위협할 수는 있으나 방송은 건재할 것이다. 오히려 언론 분야만 놓고 봤을 때 YTN 같은 뉴스 전문채널의 영역 확대가 방송에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 웹 2.0의 공중도덕 형성과, 자정능력 강화 등에 대한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국 사회의 공공질서는 시민 개개인이 준수하는 것처럼, 개인 스스로가 웹상의 질서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과정 상에는 이런 부분을 교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웹 2.0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는 블로그이고, 개개인의 블로그는 결국 일종의 언론활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어설픈 언론활동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에 언론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상학회와 민주언론운동연합은 몇 해 전부터 교육과정에 언론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하지만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웹 2.0 같은 개방형 공간에서 사실왜곡, 악성댓글 등의 행태가 빈번하고 실제로 이에 대한 책임감이나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교육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웹 2.0은 롱런하지 못하고 오히려 웹 1.0이나 1.5 정도로 회귀하고 말 것이다."

[용어 설명] 웹 2.0 이란?
웹 2.0이란?
데이터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모아 보여주기만 하는 웹 1.0에 비해 웹2.0은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정보를 더 쉽게 공유하고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블로그(Blog), 위키피디아(Wikipedia), 딜리셔스(del.icio.us) 등이 이에 속한다.

1)blog : 보통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웹 사이트
2)Wikipedia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사용자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
3)UCC(User Created Contents) :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4)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

[출처: 두산대백과사전]

댓글 없음: